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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소방안전관리자2급 취득 후기

by 아몬드봉BONG 2020. 7. 22.

소방안전관리자? 사실 문송한 시절을 쭉 보낸 터라 이런 자격증이 있는지도 몰랐었는데 회사에서 자꾸 취득하라고 해서 취득하게 되었다. (막내라 선배들한테 반쯤 끌려감) 2013년도 즈음? 직장 선배, 대리님들과 함께 가게 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끌려감…. 누가 취업하고 나서 주말에 공부하고 시험을 치고 싶겠어요….) 당시 개인 KPI실적항목에 물류관련 자격증 취득이 있어서 갔던 걸로 기억한다.

거의 6년이 넘은 일이라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일반인들도 자격요건 없이 시험을 칠 수 있다. 그 대신 4일 정도 교육을 듣고 (나는 직장인이라 주말 토, 일, 토, 일 이렇게 4일을 들음) 마지막 날 시험을 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소방안전원에서 교재를 나눠주고 여러 강사님이 오셔서 강의를 해주셨는데 사실 끌려가서 들은 교육 치고 강의의 수준이 꽤 좋았고 실생활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생각보다 재미도 있었다. 

나흘 동안 듣고 전날에 공부 좀 하고 오라는 강사님의 말을 뒤로 한 채 책을 한번 읽고 시험을 쳤는데 한번 읽지 않았음 떨어졌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난이도였다. 한번은 읽자. 족집게처럼 찍어달라는 어르신들의(경비원을 준비하면 필요할 때가 많아서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많다. "거 강사님예, 문제 좀 안찍어줍니까? 예? " _부산사투리로 재생...) 성화에도 문제를 찍어주지 않긴 했지만 그래도 중요한 거 다 강조해주시니까 (사실 찍어준 거나 마찬가지….술마시고 음주운전 안했다와 비슷함) 책 한번 읽고 공부하면 충분히 합격한다. (하지만 100명가량 되는 인원 중 4~5명이 떨어졌었다. 아마 추가 교육을 듣고 월요일 또 시험을 친다고 하는 거 같았다. 떨어지면 정말 부끄러워지니까 책 한번만 읽자)

취득 후 내가 관리할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경비원을 할 것도 아니니 딱히 쓸모가 없어 몇 년간 장롱에 방치하였다. 이직 후 경기권으로 발령이 났는데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이 있는지 어찌 알고 반가워하며 당장 교육을 받고 오라고 하더라. 선임한다고…? (방재부서 인원 부족으로 일반 행정을 하는 사무실 직원까지 선임…. 건물마다 필수로 선임해야 하는 인원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사실 선임이 되어도 특급관리자 외에는 크게 할 건 없다. 당시 내가 선임된 건물은 특급건물이라 특급관리자분이 소방서 대응을 주로 도맡으셨고 소방안전교육, 화재 예방 교육이나 화재 대피 실습 등을 했었다.

사실 부산에 있을 때도 소방교육은 꾸준히 받긴 했지만(당시 삼성 물류팀에 파견 나가 있던 터라 삼성 안전관리팀에서 주관하는 교육) 최근에 교육이 강화된 느낌이며, 개인적으로는 생활에 꽤 도움 되는 교육들이라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로 불끄는법, 소화기 사용법, 화재 시 대피요령 등을 가르쳐 준다. 

무지 넓은 창고에 있다 보면 이렇게 넓은 창고에 불이 날까 싶은데, 내가 근무하던 몇 년간에도 4~5번 정도 크고 작은 화재가 있었고, 심지어 내가 근무하던 경기도 창고에도 작은 화재가 1년 동안 3번 정도 일어났었다. 물론 아주 작은 화재였고 빠른 대처로 아무 일도 없었지만(예방과 대처가 중요)생각보다 화재 발생이 잦다. 기사, 알바들의 담배꽁초, 전기합선, 지게차화재 등…

 

한번은 리치 지게차 전기배터리에서 저절로 발화한적이 있었다. 현장에 있던 외국인 노동자들(대부분 일용직알바)이 먼저 발견하였으나, 코앞에 널려있는 소화기와 소화전 사용법을 몰라 우왕자왕 하던 중 다행히 한국인 관리자가 발견하여 소화기로 진압하였다. 나도 불났다는 소리에 놀라 사무실에서 버선발로 달려갔는데 사건은 종료되고 외국인들은 소화기 보고 박수치고 있더라... 물류창고에는 외국인 알바가 정말 많은데 화재예방 교육이 절실하다.

 

물류회사에 다니며 가장 기억에 남는 화재사건은, 타 센터에서 방화사건이 있었고 뉴스에 크게 났었다. 물류 기사가 화가 나서 불을 질렀다나…? 230억이 넘는 건물과 부자재를 태워먹고 이 일로 회사가 한 달간 뒤집혔었는데 이런 큰 화재에도 실방화자 및 경비원 외에는 대형 인명사고가 나지않았다. (사실 건물이 1억이든 1000억이든 간에 인명사고 안 나면 안전 관리자의 역할은 중박은 간거다. )

한가지 다행인 건 내가 경기도에서(반강제로) 선임된 후 그렇다 할 화재 발생은 없었다는 거다. 맨날 투덜거렸었다. 수당도 안 주는데 불나면 책임은 져야 하잖아??!! 위에 딱히 할일이 없다고는 써놨지만, 사무업이랑 비교하였을 때 행정적인 일이 크게 없다는거지 놈팽이처럼 논다는 소리가 아니다. 창고에서 담배피는 기사와 알바한테 제발 좀 여기서 피지마라고 소리지르고 싸워야하고 (소리를 안지르면 말을 안듣는다. 진짜 불 잘나요! 다 죽어요 제!!발!!욥!!) 매번 방화셔터에 파렛트를 내려놓는 작업자들과도 싸워야한다. 치워라 백날 말해도 다음날 원복이다. 자리가 없다는 둥, 잠시나둔거라는 둥 치울거라는 둥 변명도 어찌 한결같은지. 특히 알바생교육이 정말 힘든데, 알바하는 사람의 문제라기보다는 근무 특성상 일용직이다 보니 내일 또 새로운 신입 알바가 와있어서 그렇다. 

 

음? 그런건 별거아니네? 생각할 수 도 있는데, 내가 선임되어 있던 창고가 4만평, 축구장 7개를 모아놓은 크기였다....

 

물론 지금은 서울발령으로 서울에서 근무하니 그런 걱정은 없다. (저기 윗분들…? 사무실 직원을 선임하고 수당도 안 주고..... 방재 인력을 더 뽑으셔야 하는 게 아닌지요….)

특급선임자들은 보통 회사에서 수당을 주거나 방재실 과장 대우로 바로 취업 하신다. 먹고사는 건 지장 없어 보이는데 일단 특급 건물이 많이 없으며(일자리가 귀하단소리) 특급건물은 관리의 수준이 꽤 높고, 방재실 과장님도 소방관 출신이었다. 소방관 출신은 자격증을 그냥 준다고 한다. 사실 2급의 경우 취업과는 크게 상관없는 자격증 같다. 시간있고 관심 있으면 취득해보시길 …